교육에 있어 학생의 건강권과 학습권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최소한의 권리이다. 그런데 학교 주변 환경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하는 청주시가 탁상공론으로 그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그 결과 충북 과학고 학생들은 32개의 축사에 둘러싸여 가축 분뇨와 악취에 노출된 채 공부를 해야 하는 참사를 목전에 두고 있다. 청주시의 무분별한 축사 인·허가와 탁상공론에 교육도시 청주라는 미명이 무색할 지경이다.

그 동안 충북과학고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기 설치돼 있던 인근 15개 축사로 인해 많은 불편과 불안을 겪어왔다. 분뇨 악취와 벌레 때문에 교실 창문을 여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상황에서 식수로 사용하는 지하수의 오염 가능성은 늘 불안 요소였다. 그런데 이러한 불편과 불안을 해소시켜 줘야 하는 청주시가 오히려 17개 축사를 추가로 허가한 것은 엄연히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기만행위이다.

현재 청주시는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조례”를 축사 허가의 근거로 내세우며 축사 건립에 법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10가구 이상 인구 밀집지역에서 직선거리로 반경 500m 이상의 이격 거리만 두면 축사를 허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통의 학교 기숙사가 공동주택인 것과 달리 충북과학고의 기숙사는 현재 단재교육연수원 소속으로 되어 있어 ‘교육 연구 및 복지시설’로 분류돼 있으니 인근의 축사 허가는 문제가 없다는 논리이다. 규정에만 매달린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청주시의 주장 어디에도 학생과 학부모의 고충을 해결하려는 고민은 없어 보인다. 정주 요건의 최우선인 교육 환경에 대한 청주시의 인식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청주시교육지원청 또한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건축법 시행령 및 교육기본법 등에 의하면 학교 기숙사는 엄연한 ‘공동주택’이다. 그런데 교육지원청은 충북과학고 기숙사를 ‘교육 연구 및 복지시설’로 분류해 기형적으로 운영해 왔다. 바로 이 점이 학교 인근 축사 난립 허가의 빌미를 제공했으니 교육청 또한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촉구한다.

- 청주시는 학생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중심에 두고 과학고 주변 축사 난립 문제를 해결하라.

- 청주시는 교육환경의 침해와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축사 인·허가를 즉각 재검토하고 관련법을 정비하라.

2017. 11. 14

충북교육발전소

중부포커스 강영식 기자  webmaster@jb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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