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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혁 학과장 |
(사)국제융복합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박상혁 중원대학교 드론봇 군사학과 교수 연구팀이 국방대학교 연구프로젝트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략적 교훈과 한국의 국방개혁」을 마치고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박상혁 교수 연구팀은 전쟁에서 실제 확인된 사실로 교훈을 도출하고, 한국 군에 적용할 수 있는지 하나하나 따져 9대 정책 제언으로 정리했다.
무엇을 연구했나… 복잡한 전쟁 양상을 ‘28개 영역’으로 나눠 분석
박상혁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부터 2026년 8월까지 이어진 전쟁을 초기 전면 침공기, 소모전·반격기, 진지전 고착기, 장기 소모전기의 네 시기로 나눴다. 그리고 국가가 전쟁에 쓰는 네 가지 힘인 외교·정보·군사·경제가 지상·공중·해상·우주·사이버·전자기(전파)·인지(여론·심리) 등 7개 전장에서 각각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28개 칸으로 나눠 점검했다. 예를 들어 '공중 전장에서 경제력이 어떻게 쓰였는가'가 하나의 칸이 되는 방식이다.
여기에 두 가지 측정 도구를 더했다. 하나는 시기마다 잃은 병력·장비·탄약과 새로 채운 양을 비교하는 '손실-충원 균형' 분석이고, 다른 하나는 여론 지지, 정치적 결속, 경제적 감내, 동원 수용성, 사회 회복력 등 5개 항목으로 국민이 전쟁을 얼마나 견디는지를 수치화한 '사회적 전쟁 지속 지수(SWSI)'다. 끝으로 도출된 교훈을 지형, 위협, 군 구조, 동맹, 제도 등 한국의 조건에 비춰 '그대로 적용', '고쳐서 적용', '적용 보류'의 3단계로 판정했다.
어떤 결과가 나왔나… 승부는 '값싼 드론'과 '버티는 힘'
첫째, 어느 쪽도 전쟁을 압도하지 못했다. 28개 칸을 판정한 결과 우크라이나 우세 8개, 러시아 우세 3개, 균형 16개, 판단 유보 1개였다. 순수 군사력은 7개 전장 가운데 5곳에서 팽팽해, 서로 막아내기만 할 뿐 결정타 없이 소모만 이어지는 구조가 확인됐다.
둘째, 값싼 무기가 비싼 무기를 무력화하는 '비용 역전'이 전황을 흔들었다. 러시아는 1대에 약 3만 5천 달러인 자폭드론을 대량으로 날려, 1발에 60만 달러가 넘는 요격미사일을 쓰도록 강요했다. 또 전파 방해(재밍) 하나가 드론 조종과 정밀유도무기 명중을 동시에 떨어뜨렸고, 값싼 드론이 하늘을 덮으면서 부대 이동이 실시간으로 드러나는 '전장의 투명화'가 일어났다.
셋째, 전쟁을 버티는 힘은 무기만큼 국민에게서 나왔다. 사회적 전쟁 지속 지수는 우크라이나가 4.25점에서 2.61점으로, 러시아가 3.71점에서 3.24점으로 떨어졌다. 장기 소모전기(2024년 이후)에 들어서며 우크라이나의 지수가 러시아보다 낮아졌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동원 수용성이 5.00점에서 1.00점으로 급락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반면, 러시아는 병력·전차 손실을 충원으로 메우는 추세(추정치)지만, 사회의 감내력이 약해지는 '물질 우세·사회 취약' 상태로 판정됐다.
박상혁 교수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전쟁 지속 능력은 이길 가능성이 아니라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또 무기와 병력은 투자를 결정한 뒤 실제 전력이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전쟁이 터진 뒤 예산을 늘려서는 초기 손실을 메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무엇을 적용하나… 교훈 10건 중 '그대로 적용'은 2건뿐
박상혁 교수 연구팀이 추린 핵심 교훈 10건 가운데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값싼 드론 위협에 대한 방공·대드론 대응 ▲국민의 전쟁 지속 의지 상시 관측 등 2건이었다. 적의 위협이 짧은 거리에서 인구 밀집 도시로 날아오고 남북이 오래 대치해 온 한반도 조건과 잘 맞기 때문이다.
▲무인체계 대량 운용 ▲예비전력·동원 ▲군수 지속 ▲전자기전 대응 ▲상용·동맹 위
성 활용 ▲민간 정보자산 활용 등 6건은 한국의 법령·절차·부대 편성에 맞게 고쳐서 적
용해야 할 과제로 분류됐다. 반면 대규모 지상 소모전을 전제로 한 전력 설계와 흑해에서처럼 서방 정보 지원에 기대 적 함대를 봉쇄하는 방식은 전장 규모와 동맹 구도가 한반도와 달라 적용을 보류했다.
9대 제언… "전쟁이 발생하기 전에 준비하고, 값싼 위협은 값싸게 막아라"
박상혁 교수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전쟁 지속 역량, 다영역 통합, 사회 지속 의지 등 세 분야에서 9대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핵심은 '평시 대비'다. 무기와 병력이 실제 전력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평시에 줄이는 투자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2026년 국방예산(65조 8,642억 원)에서 11.9% 늘어난 방위력개선비를 신규 무기 도입에만 쓰지 말고, 유사시 증산 여력과 동원 기반 확충에 먼저 투입하자는 것이다. 탄약·부품도 '며칠 치'가 아니라 실제 소모율에 맞춰 비축하고, 예비전력 핵심과제는 해마다 점검표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장 대응 분야에서는 방공체계의 최하위 방어단계에 레이저 등 저비용 요격수단을 보강해 방어 비용을 공격 비용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적의 주파수 변경 등 전자전 환경 변화에 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전자전 장비를 즉각 재설정·운용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부대에 배치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상용·동맹 위성통신이 제한되거나 두절되는 상황에 대비한 대체 통신경로 확보와 함께 외교·정보·경제 등 비군사적 수단을 국방기획과 연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아울러 국민의 전쟁 지지도와 동원 수용 의사를 정기적으로 파악하는 상설 조사체계를 마련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안보 상황을 설명하고 필요한 협조를 구하는 소통체계를 구축하는 과제도 포함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드론 운용과 대응에 관한 실전 경험을 축적했을 가능성을 고려해, 향후 북한군의 드론 전술 변화와 위협 고도화에 대비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대드론' 현장 전문가의 시선… 원전·석유·가스 시설을 누비다
저비용 방공과 대드론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 데에는 박상혁 교수의 현장 경험이 녹아 있다. 그는 원자력발전소와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국가 기간시설 현장을 직접 찾아 대드론·방호체계를 진단해 왔다. 여러 기관이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설을 진단하며 빚어진 혼선과 피로를 목격한 그는, 이를 표준화된 체계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물이 군사혁신(RMA) 이론에 기초한 '국가중요시설 대드론체계 진단툴'이다. 박상혁 교수는 크레피네비치(A. F. Krepinevich) 박사의 RMA 단계론을 대드론 분야에 적용해 탐지·추적·무력화의 융복합에서 동시·통합 운용, 전문인력 편성으로 이어지는 통합 방호 개념을 정립하고, 현장 방호책임관을 대상으로 델파이(Delphi) 기법을 적용해 실효성을 검증했다. 그는 드론 위협을 영공 침범 차원이 아니라 지상·해상·사이버·전자전·우주를 아우르는 '다영역 복합 위협'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장 경험은 강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해군 최정예 특수전 부대인 해군특수전전단(UDT/SEAL)의 초청으로 '국가중요시설 대드론체계 구축' 특강을 진행했으며, 국방부·육군본부·수도방위사령부·공군본부 등 군 주요 기관과 국가정보원·경찰청, 서울대학교·고려대학교 등 주요 대학에서도 대드론 특강을 잇달아 열고 있다. MBC 「프라임」에 단독 출연해 30분간 대드론 안보 현안을 심층 진단하는 등 대중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현장과 미래를 잇는 군사학으로"
박상혁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은 그대로 적용할 대상이 아니라 한반도의 작전환경과 여건에 맞게 검증하고 발전시켜야 할 대상”이라며 “전장의 교훈과 첨단기술, 현장의 목소리를 연결하는 군사학 연구가 뒷받침될 때 실효성 있는 국방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정량적 분석 방법론과 군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전 양상과 대드론 대응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관련 연구와 강연, 정책 자문 등을 통해 미래 전장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인 발전방안을 제시해 나갈 계획이다.
강영식 기자 news@jb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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